오후의 햇살에 맞는 강렬한 영화 〈조커〉를 소개합니다.〈조커〉는 DC 코믹스의 대표 악당 캐릭터 ‘조커’의 탄생기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으로, 슈퍼히어로 장르의 외형을 벗고 심리 드라마와 사회 비판을 결합한 독립적 이야기입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기존의 화려한 히어로물 대신 현실적인 사회의 냉혹함과 정신 질환·빈부격차·소외 같은 주제를 중심에 두었습니다. 특히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조커(아서 플렉)는 광기와 슬픔을 동시에 보여주는 강렬한 캐릭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영화는 “조커가 태어나는 순간”이 아니라 **“조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회”**를 보여주며, 현대 사회의 무관심과 불평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1. 기본 정보
제목: 조커 (Joker)
감독: 토드 필립스 (Todd Phillips)
장르: 드라마, 스릴러, 범죄
러닝타임: 122분
출연: 호아킨 피닉스(아서 플렉/조커), 로버트 드 니로(머레이 프랭클린), 재지 비츠(소피), 프랜시스 콘로이(페니 플렉)
개봉: 2019년
2. 줄거리
고담시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코미디언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낮에는 피에로 분장을 하고 홍보판을 들고 거리를 돌며 돈을 벌고, 밤에는 코미디 무대에 서보지만 늘 실패와 조롱만이 돌아옵니다. 정신질환으로 인해 감정 제어가 어렵고,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병까지 있어 사회생활이 힘듭니다. 아서는 노모 페니 플렉(프랜시스 콘로이)을 돌보며 살아가지만, 둘은 사회로부터 철저히 소외된 존재입니다. 그의 유일한 위안은 TV 토크쇼 진행자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 니로)**을 보며 언젠가 그 무대에 서는 상상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작은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며 그의 삶은 붕괴하기 시작합니다. 길거리 폭행을 당하고 직장에서 해고된 후, 지하철에서 자신을 놀리던 부유층 청년 3명을 총으로 쏘아 죽이면서 그는 돌이킬 수 없는 폭력의 길에 들어섭니다. 이 사건은 고담시의 빈부격차와 사회 불평등에 분노한 시민들에게 폭동의 불씨를 제공하며, 아서는 점점 광대 가면 뒤의 ‘조커’로 변모해 갑니다. 머레이 쇼에 초대된 아서는 자신을 놀린 방송 클립을 공개한 머레이에게 분노를 터뜨리고, 생방송 중 총격 사건을 벌입니다. 이로 인해 그는 시민들의 ‘저항의 상징’이 되어버리고, 고담시는 혼란과 폭동으로 휩싸입니다. 영화는 조커가 경찰차에 실려 가는 모습과, 폭동으로 뒤집힌 도시에 서서 광기 어린 춤을 추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3. 조커가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
〈조커〉가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는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악으로 몰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영화 속 아서 플렉은 처음부터 범죄자나 악당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웃음 발작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고, 코미디언을 꿈꾸지만 사회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는 소외된 인물입니다. 공공 의료 서비스 축소로 인해 정신과 상담이 중단되고, 직장에서는 부당하게 해고되며, 지하철에서 부유층 청년들에게 폭행당하는 등 그는 끊임없이 제도와 공동체의 실패를 경험합니다. 이 영화는 빈부격차와 사회- 불평등이 심화된 고담시를 배경으로, 공감과 연대가 사라진 사회의 냉혹함을 보여줍니다. 아서가 총을 쏘는 순간은 단순한 개인적 폭력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불만과 분노가 폭발하는 장면으로 그려집니다. 그의 폭력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지만, 관객은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이해하게 되면서 불편한 공감을 하게 됩니다. 아서를 완전히 조커로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은, 사회의 조롱과 무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조커〉는 악당의 기원을 설명하면서도, “우리가 사는 사회가 또 다른 조커를 만들어내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단순히 만화 캐릭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사회가 가진 구조적 문제에 대한 성찰로 이어집니다. 결국 이 영화는 폭력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공감 부족·경제 양극화·정신 건강 문제가 누군가를 사회에서 밀어내고 그 결과가 얼마나 참혹할 수 있는지를 강하게 경고합니다.
4. 리뷰
〈조커〉는 기존 슈퍼히어로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악 구도를 철저히 벗어던지고, 한 개인의 몰락과 사회의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입니다. 아서는 시스템 밖에서 밀려난 평범한 인물이며, 그의 선택은 사회가 만든 결과라는 점에서 관객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누군가를 조커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주제의식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 여운을 남깁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그야말로 영화의 중심이자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의 표정 하나, 웃음 하나, 몸짓 하나가 모두 조커의 심리 상태를 전달하며, 관객을 캐릭터의 감정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이 역할로 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영화는 음악상까지 포함해 2관왕에 올랐습니다. 감독의 연출로 관객은 ‘만화적 세계관’이 아닌, 현실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경험합니다. 물론 폭력성과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조커라는 캐릭터를 과도하게 동정하게 만든다는 느낌도 있다.〈조커〉는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재조명하며, 악당의 탄생기를 철학적 드라마로 승화시킨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