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아이리시맨〉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하고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가 출연한 대작 범죄 드라마입니다. 3시간 3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한 인간의 삶과 범죄 세계,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내는 무게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마지막 누아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장르적 완성도가 높고, 노장 배우들의 연기는 단순한 영화 이상의 감동을 선사합니다.
🎬 1. 기본 정보

영화 제목: 아이리시맨 (The Irishman)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장르: 범죄, 드라마
개봉일: 2019년 11월
러닝타임: 209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2. 줄거리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은 2차 세계대전 참전 후 트럭 운전사로 살아가다 마피아 조직과 인연을 맺습니다. 우연히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와 가까워진 그는 조직의 일을 맡으며 점점 깊숙이 범죄 세계에 발을 들입니다. 러셀의 소개로 그는 미국 트럭 운송 조합의 거물 지미 호파(알 파치노)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형제처럼 가까워집니다. 그러나 정치, 권력, 조직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호파와 조직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프랭크는 친구와 조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그는 조직의 명령에 따라 호파를 제거하게 되고, 이후 평생을 죄책감 속에서 살아갑니다. 노년의 프랭크는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선택과 그로 인한 고독, 그리고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됩니다. 영화는 화려한 범죄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 비극과 세월이 남긴 상처를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 3. 관람 포인트
1) 마틴 스코세이지의 누아르 완성형
〈아이리시맨〉은 스코세이지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마지막 장편 누아르’로 불립니다. 그의 특유의 느리고 정교한 이야기 전개, 인물 중심의 서사, 현실적인 폭력 묘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2) 전설적인 배우들의 명연기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의 호흡은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특히 알 파치노의 호파는 카리스마와 인간미가 공존하는 인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3) 세월과 죄책감의 무게
단순한 마피아 영화가 아니라, 세월이 흐르며 변해가는 인간관계와 후회, 그리고 고독을 진하게 보여줍니다.
4) 디에이징(de-aging) 기술
노장 배우들이 젊은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한 첨단 CG 기술이 흥미롭습니다.
5)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서사
영화는 실제 인물 프랭크 시런과 지미 호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해, 역사적 사건과 범죄 세계를 사실적으로 담아냅니다.
🎬 4. 개인적 리뷰
〈아이리시맨〉은 단순한 마피아 영화가 아니라, 인생의 황혼에서 돌아본 후회와 고독을 그린 깊이 있는 드라마입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폭력과 권력의 세계를 화려하게 묘사하기보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한 인간이 세월이 지난 뒤 어떤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지를 묵직하게 보여줍니다. 러닝타임이 길지만, 그 속에 담긴 세세한 인물 관계와 감정의 변화는 결코 지루하지 않습니다. 로버트 드 니로의 프랭크는 평생 조직과 친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결국 사랑하는 사람마저 잃게 되는 비극을 보여줍니다. 알 파치노의 지미 호파는 강렬한 존재감과 동시에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인물로, 그의 최후는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조 페시는 이전의 폭력적인 마피아 이미지와 달리 차분하고 냉정한 러셀을 완벽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프랭크가 문을 반쯤 열어둔 채 홀로 남는 모습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 ‘고독과 후회’를 함축합니다. 이는 관객에게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 깊은 메시지와 배우들의 명연기, 스코세이지 감독의 완벽한 연출이 어우러져 〈아이리시맨〉은 오랫동안 기억될 걸작으로 남습니다.
🎬 5. 영화 속 명대사
"You don’t know how fast time goes until you get there."
거기까지 가봐야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알게 되지.
→ 노년의 프랭크가 과거를 회상하며 한 말입니다. 젊을 땐 느릿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어느새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 버린다는 씁쓸한 깨달음을 담고 있습니다.
"It is what it is."
세상은 그런 거야.
→ 조직의 명령 앞에서 변명이나 저항이 통하지 않는 냉혹한 현실을 함축한 대사입니다. 마피아 세계의 비정함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을 보여줍니다.
"I heard you paint houses."
당신이 집을 칠한다고 들었습니다.
→ 표면적으로는 ‘집을 페인트칠한다’는 뜻이지만, 조직 은어로 ‘청부살인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한 문장이 프랭크의 직업과 세계관을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You can’t trust loyalty."
충성심은 믿을 수 없는 거야.
→ 조직 내에서의 ‘충성’은 언제든 권력과 이익 앞에서 배신으로 바뀔 수 있다는 냉정한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오랜 관계도 순간 무너질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I choose us."
나는 우리를 선택했어.
→ 러셀과의 관계에서, 혹은 조직과의 유대 속에서 프랭크가 내린 결정의 함축적인 표현입니다. 하지만 그 ‘우리’가 결국 자신과 주변을 파괴하게 된다는 아이러니를 남깁니다.